2018년 1월 12일 금요일

노가다: 첫날(1) - 새벽

2018-01-11 목요일
 22시가 되어 잠에 들었다. 그런데 고작 한시간 정도 살짝 선잠에 빠졌다가 누운채로 계속 깨어있었다. 아마 전날에 낮잠을 조금 잔것 때문에 그랬던것 같다. 4시가 되어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보니 컨디션이 엉망이라 오늘 하루 더 쉴까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식으로 하다간 영영 시작도 못해볼것 같아서 일단 다른 생각하지 말고 나가기로 했다. 몸 상태는 많이 나아진것 같다. 계단을 오르내릴때 무릎에서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지만 일은 할 수 있을것 같았다.

 도착하니 5시 10분이다. 역시 이 시간에 오면 아무도 없다. 전날과 같이 잡부란 1번에 이름을 올렸다. 5분쯤 지나자 사람이 한명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20분이 되었을 무렵 내 이름이 호명됐다. 당시 사무소 안에 사람이 세네명밖에 없었을 때였는데 이름이 불려져서 깜짝 놀랐다.

 "아무개씨와 아무개씨"

 "네네"

 "교육증 있다고 했죠? 안전화는 가져왔고?"

 "네 지금 신고왔습니다."

 "여기서는 좀 젊은 사람을 보내달라고 하네. 리모델링 하는곳인데 아무개씨랑 같이 가봐요. 7시 반까지고 아직 시간 많으니까 밥 먹은 후에 가보도록 해요."

 처음이라 혼자 파견되면 어리버리할거 같아서 걱정이 많았는데 그래도 일 좀 해본 사람과 같이 가게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같이 일 하러갈 사람의 나이는 모르겠으나 대충 내 또래인듯 싶었다. 오늘 함께 일할 분에게 "저는 집에서 식사하고 왔습니다"고 하니 그러면 자기는 나가서 먹고 오겠다며 그 후 45분까지 사무소에서 쉬었다가 출발하자고 합의를 했다.



한파 - 이미지 출처 링크


 막상 일을 받고 나니 갑자기 긴장이 됐다. 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춥기도 해서 tv를 보며 서성거렸다. 뉴스에서는 체감온도 영하 16도인 강추위의 아침이라며 단단히 채비하라는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주변 다른 인부들의 대화 내용을 들으니 '오늘 너무 추워서 일감이 없을것 같다'며 '찜질방에나 가야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오늘 일감을 받은게 운이 좋았다'는 점과 '인명부에 1번으로 이름을 올리려고 애썼던게 나름 이렇게 성과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생활 할때는 아침에 그렇게 출근하기가 싫었는데 이렇게 인력소에 나와서는 '오늘은 일 좀 받았으면' 하고 생각이 든다는게 정말 참 아이러니 하다.

 오늘 일하게 될 현장까지는 지하철 약 10 정거장의 거리였고 도보이동까지 고려하면 대충 50분 정도가 소요될것 같았다. 6시 20분 정도가 되고 함께 일할 분이 사무소로 돌아와서 말을 걸어봤다.

 "몇분 쯤에 출발한다고 했었죠?"

 "45분이요"

 "헤맬지도 모르니 조금 일찍 출발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그런것까지 계산해서 정한 시간인데요."

 "아 그렇군요. 제가 거리감각이 없어서..."

 실제로 나는 공감각이 매우 떨어져서 길을 잘 못찾고 자주 헤매는 편이다. 그래서 내 기준으로는 이 정도 거리에 처음 가는 곳이면 한시간은 잡아야 하는데 그 분은 45분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한것 같았다. 나는 초짜이니 그분 판단을 따르는게 맞다고 생각됐지만 조금 조바심이 나서 "그러면 5분만 빨리 출발하면 어떨까요?"하고 말하니 그러자고 한다. 시간이 되어 사무소를 나서니 뉴스에 나온대로 오늘 아침은 정말 오질나게 추웠다.

 "제가 인력소 나온지는 3일째인데 두번 데마나고 일은 오늘 처음 하는거거든요. 많이 부족할탠데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일한지 얼마 안됐어요. 근데 오늘 많이 추운데 너무 얇게 입으신거 아닌가요?"

 "제가 갖고 있는 버려도 되는 옷중에선 가장 따뜻한게 이거라서요. 또 일하다보면 더울것도 같고..."

 "하긴 그래요. 아무리 추워도 일하면 땀 나죠."

 이런식으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현장까지 이동했다. 지하철로 이동을 했고 도착하니 약 7시 10분~15분 쯤 이었던것 같다. 그런데 주소지까지 이동했지만 어디가 현장인지 통 알수가 없었다. 함께 일하는 분이 전화를 해보니 '이발소 2층으로 오라'고 했다는데 근처에 보이는 이발소가 한둘이어야지? 다시 전화를 해보니 현장 사장님이 너무 말투가 퉁명스럽고 단답형이라며 보아하니 오늘 일이 힘들것 같다고 한다. 보통 일 자체가 힘든것보다 사람이 쪼아대면 힘들어지게 된다나. 아무튼 조금 헤매이다 딱 30분에 겨우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5분 일찍 출발하자고 얘기한게 옳은 판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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