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검색을 해봤다. 벼룩시장은 지역을 특정해서 검색해도 검색결과가 엉뚱하게 나오고 뭔가 좀 이상하다. 아무튼 인력소 다 거기서 거기라길래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는게 좋다고 하여 사무소 소재지가 파악되는 곳 중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내가 선택한 인력 사무소는 걸어서 약 30~40분 정도의 거리로 사실 그리 가깝진 않다.
새벽 4시쯤에 일어나서 씻은 후 간단히 먹고 나가니 약 5시 45분쯤에 도착했다. 나름대로 긴장과 기대를 하고 들아가서 주뼛거리면서 일하러 왔다고 하니까 기초 교육 이수증하고 안전화가 있냐고 물어본다. 있다고 했더니 신분증과 이수증을 스캔하고 뭔가 등록 작업을 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열댓명 정도의 인원이 있었는데 대부분은 최소 40대 이상에서 60대까지 되어보였다. 30대로 보이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한두명 정도였다.
미리 검색을 해서 대충 '겨울철에는 일감이 없고, 경력자 우선으로 일을 주기 때문에 헛탕칠 수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어쩜 눈길 한번 안주더라. 나도 눈치가 있으니 7시쯤 되었을때 이쪽 용어로 '데마찌'라는걸 알았지만 그래도 그냥 8시까지 있어보기로 했다. 스마트폰 깨작거리려니 괜히 인상만 나빠질것 같아서 꺼내지도 않고 있었고 딱히 할것도 없어서 몇번이나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ytn 뉴스를 멍하게 바라보는것 외에 방도가 없었다. 그때까지 나를 포함하여 4명 정도의 사람이 남아있었던것 같다.
8시가되서 소장?(호칭을 모름)으로 보이는 분에게 "이때까지 일 못 받으면 없는거죠?"하고 물어보니 새해들어 첫날이라 일이 없는거라고 한다.
"여기 1번에 이름 올리려면 몇시쯤 오면 될까요?"
물어봤는데 들은건지 못들은건지 대답이 없다. 잠시 후 "오늘 몇시에 왔어요?"하고 물어보길래 다섯시 반쯤 온것같다고 하니까 내일도 같은 시간이 와보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꾸벅 인사를 하고 나오니 뭔가 기분이 꿉꿉했다. 아마도 기대를 하고 나가서 그랬던것 같다.
'허전한 마음에 체력 단련도 할겸 등산이나 하고 들어가자' 생각해서 등산을 갔다. 그런데 산 중턱쯤 올라가니 이상하게 무릎이 엄청 아프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등산을 중지하고 내려오는데 너무 아파서 고생고생하며 내려왔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무릎의 슬개골이라는 부분이 아픈것 같다. 슬개골 연골연화증의 증상이 딱 들어맞았다.
아마도 등산 때문에 갑자기 무릎이 아프게 된것 같지는 않고 최근에 스쿼트를 하루에 50개씩 하다가 갑자기 100개로 늘린게 무리가 된것 같다. 또 바르지 않은 자세도 문제였던것 같다. 아무튼 많이 아프니까 이 날은 아무것도 안하고 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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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개골 연골연화증 - 이미지 출처 링크 잘못된 자세로 스쿼트를 할때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
2018-01-03 수요일
밤새 무릎이 아파서 제대로 잠을 못잤다. 그래도 나가야지 생각해서 어제와 같은 시간에 씻고, 간단히 식사 후 나갔는데 도저히 걷지를 못하겠다. 새해 들어 야심하게 도전한 첫번째 일이 이렇게 망하나 싶어서 그 깜깜한 새벽의 횡단보도 앞에서 헛웃음만 나왔다.
전화기를 꺼내 인력소 소장분께 전화를 하려다가 업무에 바쁜 모습이 생각나서 '무릎 부상이 생겨서 일을 못할것 같고 회복되면 다시 방문하겠다'고 문자를 보내니 '네'라고 하는 짧은 답장이 돌아왔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2018-01-04 목요일
그래도 어제처럼 극심하게 아프지는 않다. 어찌어찌 걸을 수는 있을것 같길래 어제와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섰다. '아... 나 병신 다됐네'하고 생각하면서 절뚝거리며 사무소까지 갔지만 도저히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그냥 얼굴도장만 찍어야겠다고는 생각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인부들은 멍하니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자기들끼리 잡다한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첫날엔 잘 몰랐는데 억양에서 조선족으로 보이는 사람의 비율이 꽤 높다는걸 알았다. 역시 중국에서 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목소리가 크다. 반면에 인력소 사람들은 여기저기 전화하고, 받고 바쁜듯한 모습이다.
원래 들아가서 인명부?(정확한 명칭을 모름)에 이름을 써야 하는데 오늘은 일을 못하기 때문에 그냥 인사만 하려고 앞에 있었다. 한 2~3분쯤 있었을까. 왜 앞에 멀뚱이 서있냐는 듯 쳐다본다.
"저 화요일에 등록했던 신입인데요. 제가 무릎을 다쳐서 일을 못할거 같네요. 다 나으면 다시 오겠습니다."
"아 그래요 이름이 뭔데요"
"아무개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이름을 물어본 이유가 인명부에 이름을 지워야 하니 확인차 물어본것 같다. 이름을 써놓고 그냥 가버리면 있지도 않은 사람을 호명하게 되니 말이다.
"그러면 다 나으면 다시 오세요"
"네"하고 꾸벅 인사를 하고 나왔다. 안 그래도 최근 많이 우울했지만 집으로 오는데 유난히 기분이 더 꿀꿀하다. 다리까지 아프니 짜증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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