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정신이 나간채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동료분 뒤를 쫓아가는데 동료분이 그걸 보더니 물어본다. "아니 그렇게나 아파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나도 내가 한심해요. 슬개골 부상이 완벽히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일을 하는 바람에 동료분께 민폐를 끼친것 같아서 정말 미안했다.
지하철을 타고 있는데 내 바로 앞에 자리가 났는대도 몰골이 너무 더러워서 다리가 부러질것 마냥 아픈대도 그냥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집에 택시를 타고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으니 어느새 인력소에 도착했다. 소개비를 제외하고 11만 4천원을 받았다. 그냥 담담했다. 노가다 일 해보기 전에는 많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는데 막상 해보니 많은 것도 아닌것 같다. 이거 분명히 내일은 몸살 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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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돈으로 별풍선을 쏘면 되겠군 |
동료분과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데 이 돈으로 택시를 타려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이 악물고 집까지 걸어서 왔다. 먼지 묻은 옷들을 벗어서 현관에 벗어 놓고 뜨거운 물을 틀고 욕조로 들어갔다. 일할때는 몰랐는데 옷을 벗고보니 여기저기 찰과상들이 나서 물에 닿으니 따끔거린다.
한시간쯤 욕조에 있다가 나와서 대충 머리를 말리고 치킨을 사러 나왔다. 집에 올때 돈 아낀다고 택시는 안탔지만 왠지 치킨은 먹어야 할것 같았다. 오늘 하루 노력한 나에 대한 작은 보상이었다. 근데 먹다보니 힘이 들어서 다 못먹겠다. 먹을 힘도 없다는게 이런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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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치킨 |
그리고 10시쯤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피곤한대도 온몸이 아프니까 잠이 안온다. 누워있는데 눈물이 나온다. 슬퍼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그냥 찔끔찔끔 새어 나오는 눈물이다. 몸이 아프니까 나는건지 뭔지. 그렇게 두시간 정도를 잠 못들고 뒤척이다가 간신히 잠들었는데 문득 깨보니 흥건하다. 자면서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옷이며 침대며 온통 질척거렸다. 이건 뭐 땀을 아주 지린 수준이다. 몸이 회복되느라고 땀이 그렇게 났나? 시간을 보니 고작 3시밖에 안됐다. 또 씻을 기운은 없고 수건으로 대충 닦고 다시 잤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니까 8시쯤 됐는데 신기하게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물론 근육통은 있지만 몸살도 안났고 기분도 괜찮다. 무릎도 걱정했던것보다 상태가 좋고 어제는 잘 몰랐는데 여러 부위중에 허리쪽 근육이 가장 아프다. 무거운거 든다고 허리에 힘을 많이 줘서 그런듯 싶다. 이 정도면 당장은 힘들어도 며칠 이내에 다시 일하러 갈 수 있을것 같다. 당시 일할때만 해도 '역시 난 노가다 할 체질은 아닌가보다'하고 생각했는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의지가 있으면 몸이 따라와주나 보다.
다음에 갈때는 갈아 입을 옷 따로 준비하고 물티슈와 마실 물과 마스크를 꼭 챙겨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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