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신년 2일부터 일하려고 했었는데 예상치못한 무릎 부상 때문에 일주일을 쉬었다. 하긴 그 전에 반년을 놀았는데 며칠 더 못놀건 없다. 그저 생각했던대로 일이 안되니 좀 짜증이 날뿐.
어제까지 매일 절뚝거리며 나름대로 재활 운동이라고 걷기를 했는데 오늘은 좀 컨디션이 괜찮은것 같다. 이제 정상인처럼 걸을 수 있는 정도가 된듯 싶다. 아프다고 마냥 놀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조금 아픈 정도는 무시해야 겠다는 생각에 좀 무리해서 집을 나섰다.
집과 인력소까지는 약 30~40분 거리인데 약 20분 정도를 걸으니까 무릎에서 신호가 온다. '괜찮아 조금 아픈것 정도는 참을 수 있어'하고 인력소까지 갔다. 인력소는 5층 건물이고 사무소는 5층에 있는데 2층까지 계단을 올라가니 "끄악"하고 입에서 비명이 나온다.
'아... 오기는 왔는데... 이래서 어떻게 일을 하냐...' 싶어서 얼굴조차 못 비추고 그대로 되돌아 내려왔다. 계단을 올라갈때보다 내려올때 더 아프다.
'하... 시발'
내려오니 입에서 욕이 절로 나왔다. 자괴감에 나 자신에게 뱉은 욕설이다. 아직 계단을 오르내릴 정도는 아닌가 보다. 그렇게 절뚝거리며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2018-01-10 수요일
그래도 하루하루 지나면 어제보다 몸 상태가 나아짐을 느낄 수가 있다. 오늘은 계단을 올라도 될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인력소에 가면 인부들의 이름을 적는 명부가 있다. 기공/목수와 잡부로 나뉘는데 한마디로 왼쪽에는 일을 좀 해본 사람만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은 사무소에 도착한 순서대로 적어 나가는데 그 전날에는 약 10~15번대에 이름을 올렸다. '너무 늦게 와서 일을 못 받나?'라는 생각에 오늘은 작정하고 일찍 집을 나섰다.
예전에 몸이 정상이었을땐 빠른 걸음으로 25분이면 도착하던 곳을 다리가 아프니까 10분이 더 걸린다. 도착하니 5시 5분 경이었다. 그런데 사무소의 간판이 꺼져있다. '뭐지? 설마 여기 문 닫았나?' 생각하다가 일단 올라가보자라는 생각에 올라가니 사무소 사람 한명밖에 없다. 아마도 다섯시에 문을 여는것 같다. 그 말인 즉슨 오늘은 내가 1번이라는 뜻.
"안녕하세요"하고 들어가니 상당히 뻘쭘하다. 아직 업무 준비도 안된 상태이다. 말 그대로 방금 문만 연 상태이다. 넓은 공간에 딸랑 두명만 있는데 내가 먼저 말 걸거나 할 짬도 아닌거 같아서 그냥 뻘쭘하게 있다가 커피 한잔 뽑아 마시고 자리에 앉았다.
직원분이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난로에 불을 붙이고 나니 15분쯤 되었는데 여전히 나 혼자였다. 그렇게 인명부 1번에 이름을 올렸다.
25분쯤 되니 사람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딱 봐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로 보였는데 보통 두세명씩 다니는듯 싶다. 팀을 이뤄서 같이 다니나 보다. 이름을 올릴때도 일일이 이름을 쓰는게 아니라 한명이 세명 이름을 다 쓰는것 같더라. 역시나 원래 일 하던 사람들 위주로 먼저 나가기 시작했다. 6시 30분쯤 되었을때 오늘도 데마인가 싶었는데 이름이 호명됐다.
"아무개씨?"
"네네"
나는 맨 앞 의자에 앉아 있었다. 혹시나 이름 부르면 못 들을까봐 일부러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던 것이다.
"전에 일 해보셨다고 했죠?"
"아 아니요. 등록은 지난 화요일에 했는데... 처음 입니다."
"음... 이건 처음은 힘들탠데"
옆에 있던 다른 직원분이 말했다.
"이건 누구씨 줘야겠네"
그 후로 7시 50분까지 내 이름은 다시 불리지 않았다. 직원은 제외하고 나를 포함해서 단 두명만이 사무소에 남아 있었다.
"저는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내일 또 올게요."
"그래요 내일 다시 와요"
이렇게 두번째 데마가 났다. 역시 기분이 좀 그렇다. 몸 컨디션은 어느정도 회복한거 같은데 의욕내서 나온만큼 내일은 일을 받았으면 좋겠다. 당분간은 매일 5시에 와서 계속 1번에 이름을 올려볼 생각이다. 이렇게해서 일주일 내내 데마나면 그때가서 다시 생각해보려고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