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30일 화요일

노가다: 자문자답

 비록 노가다 초짜이지만 잠깐의 경험으로 노가다를 경험 해보려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코자 자문자답 하는 글을 써볼까 한다.


Q. 노가다는 얼마나 힘든가요?
A. 복불복.

 '어디서', '무슨 일'을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이 중에서도 누구와 하는지가 제일 중요한것 같다. 일이 힘들어도 협업이 되고 일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으면 버틸만 하다. 하지만 감독자가 지랄맞아서 작업을 중구난방으로 시킨다던지 생산성도 없는 잔소리를 해대면 괴로워진다.

 초짜인 경우 인력 사무소에서 알아서 난이도 조절을 해주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달리 말하자면 이 말은 초짜는 처음에 일 받기가 힘들 수 있다는 말이기도 같다. 체력은 팔굽혀펴기 한번에 25개 정도 가능한 보통 수준이면 되고 몸 움직이기에 큰 장애만 없으면 가능하다고 본다.



복불복 게임
까나리 액젓을 먹을 것인가 아메리카노를 먹을 것인가
같은 일당이지만 상대적으로 쉽거나 좀 더 힘든 일은 분명 존재한다.


 Q. 자격이나 준비해야 할게 있나요?
 A.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과 안전화가 있어야 합니다.

 기초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 이수증이 없어도 일하는 곳이 있긴 한거 같던데 걸리면 노동자가 벌금을 내는건 아니지만 고용주가 벌금을 내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인력소를 처음 가면 먼저 이수증이 있냐고 물어본다. 교육 이수증은 별거없고 그냥 강의를 4시간 듣는걸로 쉽게 발급 받을 수 있다. 비용은 4만원 정도가 든다. 취약 계층 비용 감면 혜택이 있는걸로 아는데 대상자라면 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보통 안전화는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며칠 일 해보니 안전화 안 신고 작업하는 사람도 많이 봤다. 그런데 이건 작은 현장 얘기고 좀 큰 현장은 아마 무조건 있어야 할것 같다. 내 경우는 큰 현장을 안가봐서 모르겠다. 안전화는 싼건 3만원대부터 비싼건 몇십만원대 까지의 제품으로 다양하다. 본인은 5만원대의 제품을 구매했다.

 그외에 안전모나 목장갑은 아무리 작은 현장이라도 지급해 준다. 그런데 마스크는 안 주는 경우가 많으니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 별도로 구입하는게 좋다. 이런저런 비용 때문에 노가다는 일 시작할때 대략 1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게 된다.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은
정부 지원으로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사람에 한해 무료교육을 받을 수 있다.


 Q. 경험삼아 해보려는데...
 A. 하지 마세요.

 굳이 꼭 이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면 다른 일 하는게 낫다고 본다.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에 한해 권할 순 있는데 그래도 왠만하면 추천하지 않는다. 그 이유로 가장 큰 것이... 건설 노동 현장은 통계적으로 하루에 2명 정도가 사망하는 직종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통계라는 것뿐이므로 실제로 그렇게 죽을 일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벼락 맞을 확률과 같다는 로또도 일주일에 대여섯명씩 꼬박꼬박 당첨자가 나온다. 그 당첨자가 내가 아니라는 법은 없다. 적어도 서빙 알바 하다가 죽을 걱정은 안해도 되지 않나. 실제로 건설 현장 가서 직접보면 위험한 요소가 굉장히 많다.

 그런데 "니는 왜 하세요?"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죽거나 나쁘거나'라는 마인드거든요.


 Q. 어떤 사람들이 일하나요?
 A. 중장년층과 조선족들이 많습니다.

 대체로 중장년층의 나이대이고 가끔씩 본인을 포함한 20~30대도 보이긴 한다. 10명중에 2명쯤 되는듯. 그리고 억양을 잘 들어보면 사투리인듯 어디 사투리도 아닌 말투가 보이는데 이런 사람들은 조선족이다. 아주아주 희귀하게 아줌마도 있는데 이런 분들은 도배나 미장하시는 기술자분이었다.

 솔직히 처음 이 일 하기 전에는 왠지 하루살이들만 있는거 아닐까 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자기 차에 장비 싣고 이동하면서 기술직, 전문직으로 마치 프리랜서와 같은 느낌으로 활동하는 분들도 많다. 그렇게 사람들 나쁜 선입견처럼 인생 막장만 모인 곳은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인생 막장이라고 이 바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막장일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건데요..."
선입견을 갖지 말자.


 Q. 얼마 버나요? 급여는 어떻게 받아요?
 A. 현재 2018년도 기준으로 잡부는 13만원 입니다.

 내가 다니는 인력 사무소 기준이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른다. 파견 나갈때 사인지라고 현장 주소와 담당자 전화번호가 적인 영수증 같은걸 발급 받는데 여기에 잡부는 13만원이라고 단가가 적혀 있다. 작업이 끝나면 다시 인력 사무소로 이동해서 소개비를 제외하고 11만 4천원을 당일에 현금으로 받는다. 기술이 있으면 좀 더 받는다.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다.



5만원하던 일당이 10만원 된 시대
하지만 물가도 그만큼 올랐지... 결국 제자리


 Q. 겨울엔 일감이 없다던데?
 A. 사흘에 하루 정도...

 3일 사무소 나가면 하루 일 받는 꼴. 그런데 아무리 일 없다고 해도 이 바닥에서 자리 잡은 사람은 매일매일 하는것 같다. 인력 사무소 소장님 말 들어보니 여름에는 하루에 200명 내보낸 적도 있다고 하니 여름엔 일 없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보통 노가다를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는데 막상 해보니 그렇지도 않다. 일단 겨울에는 일감이 없어서 매일 일할 수가 없고 매일 일 할 수 있다고 해도 이런 일을 안해본 사람이 매일 나가서 노가다를 하는게 체력적으로 쉽지가 않다. 부상을 당해서 몸이 아파보면 의지만으로 안되는 것들이 있단걸 알게 된다.



한파로 인해 물이 이렇게 얼어버리면 작업이 안되서 쉬는 경우가 많다.


 Q. 정말 그렇게 위험한가요?
 A. 네.

 이거는 사실 사람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 바닥에 잔뼈 굵은 사람들은 그렇게 위험할거 없다고 보는 것도 초짜인 내 시각으로 보면 분명 위험한 것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야 맨날 보는 것들이니까 감각이 둔해진것 뿐이고...

 기초교육 할때 4시간 내내 주입 시키는게 위험하니까 조심하라는 내용이 80%다. 실제로 현장에서 일할때도 위험 요소들 많이 보였는데 실상은 내가 위험을 인지해도 뭘 어쩔수가 없다. 그냥 적당히 피해가면서 사고 안나길 바라는 수 밖에...

 한 예로 내가 얼마전에 40kg 시멘트 짊어메고 계단 올라가다가 놓친 적이 있는데 그 계단에 난간 같은게 없었다. 균형이라도 잃어서 떨어졌으면? 시멘트가 떨어져서 누가 맞았으면? 최소 어디 부러지거나 재수 없으면 내 머리가 깨지거나 남의 머리가 깨지거나 했을 것이다. 당시에 안전모도 안 쓴 상황이었다. 나만 그런것도 아니고 내가 쓰기 싫어서 안 쓴게 아니라 다들 안쓰고 있었고 누구 한명 쓰자고 말한 사람도 없다. 이건 안전 관리자가 신경 써주지 않으면 실제 인부들이 챙기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 작업을 하다보면 시야가 좁아져서 내가 일하고 있는 그 앞 상황밖에 안보인다. 위험을 인지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말이다. 지금 하는것만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다른거 신경쓸 겨를이 있겠는가 말이다. 예전에 삽질하다가 힘에 부쳐서 균형을 잃고 잠깐 주저 앉은 적이 있었는데 앉은 자리에 뭐라도 있었으면 다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위험을 감지해줄 안전 관리자가 필요한 것이다.



건설 현장 사고 사진
이런 사고가 나면 무슨 수로 피하나, 내가 정신 차리고 있다고 피할 수나 있을까


 Q. 노가다 왜 하나요?
 A. 생뚱맞은 얘기지만...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본인은 지난 년도에 삶에 지쳐서 실의에 빠졌고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이전에 안해본 일을 해보고 싶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를 갔다오고 노가다도 한번씩 해본다는 것 같아서 '군대는 갔다왔고 노가다도 남들 다 하는거라면 나라고 못하겠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뭐랄까... 정신 재무장을 위해서 해병대 2박 3일 캠프 같은거 가는 기분으로?

 또 다른 한편으론 잡념을 떨치기 위해 몸을 막 굴리고 싶기도 했다. 몸이 힘들면 잡념이 달아날까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아직 이 부분은 모르겠다. 몸이 힘들고 아프면 힘들고 아픈만큼 우울해지는거 같던데... 아마 우울증이 별게 아니었다면 '병'이라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부분은 현실적으로 정신과를 가서 약물의 도움을 받는게 좋을것 같다.

 그리고 인력소의 장점은 본인이 스케쥴을 조정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일 하고 싶을때, 또는 일 할 수 있을때 나가면 된다. 물론 일감을 받고 안 받고는 사무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서 생각대로 안되지만.

 어릴때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자서전 같은게 베스트셀러였던 적이 있다. 80%는 노가다 경험담이었고 뒤의 20% 정도가 공부하는 요령같은거에 대한 거였던거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아무튼 저자가 노가다 일 하면서 공부해서 서울대 들어갔다는 이야기였던것 같다.

 그렇게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의 저자처럼 노가다를 하면서 틈틈히 공부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서른 넘어서 한동안 안하던걸 하려니 쉽지는 않다. 그 사람처럼 무슨 대학 가려는 공부는 아니고 자격증 공부이지만 집중력이 한시간을 못가는것 같다. 하지만 추운 날에 덜덜 떨어가면서 힘들게 일하던거 생각하면 '그래 역시 공부가 제일 쉽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나는 내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이 일을 하고 있는것이다.


 일단 자문자답은 여기까지만... 나중에 경험이 더 쌓이면 추가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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