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2일 금요일

노가다: 준비중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최근 약 6개월간 깊은 우울감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흘려 보냈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없이 그냥 백수로 살았다. 하지만 내가 부모님 등골을 빼먹는것도 아니고 독립해서 내가 번돈으로 내 살 깎아 먹으며 내 집에서 노는거니 남한테 꿀릴것은 없다. 다만 내 스스로 자괴감이 들뿐.

 존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며 이 비루한 삶을 끝 맺으려고도 해봤지만 결국 가슴 한켠의 그 정체 모를 작은 미련으로 인해 벌버둥이라도 쳐보고자 어쩌면 마지막 선택이 될지도 모를 노가다라는 세상에 발을 내딛기로 했다.

 그리고 어디서 들은 얘기지만 항우울제가 우울하지 않게 해준다기 보단 그냥 잡생각이 나지 않게 멍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거라고 하더라. 그런점에서 생각해보니 잡 생각이 들지 않게끔 외부에서 햇빛 보면서 몸을 막 굴리는게 우울증에 도움이 될거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 내린 결정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이전까지 해왔던 일들이 모두 실내에서 출근하는 시간 제외하면 퇴근까지 햇빛 한번 못보고 살던 날들의 연속이라 이제는 외부에서 활동하는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건설 노무는 하루 평균 꼬박꼬박 2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고위험 직종이고 물론 그만큼 사상 사고도 많다. 지난 12월에만 크레인 사고가 몇차례나 났고, 신문과 뉴스에 건설업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그런 현황을 알고 있었기에 힘든 것은 차치하고 절대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 업종이었다. 하지만 현재 나의 상태는 내가 아마 여성이었다면 몸 파는 일을 선택했을지도 모를만큼 정말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벼랑 끝 심정으로 뭔가 해보기로 했다.



안전화(네파)


 이 직종에 발을 담그려면 일단 준비해야할 것이 있는데 하나는 안전화이고, 또 하나는 기초보건안전교육 이수증이다. 건설업 종사자는 현장에서 근무하기 전에 법적으로 모두 기본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매번 각각 현장마다 교육을 해야하는 비효율을 없애고자 비교적 최근에 생긴 제도라고 한다. 때문에 교육 이수증 발급에 4만원, 안전화 구입에 약 5만원 정도와 기타 물품 구입비를 고려하면 약 10만원 정도의 초기 투자비가 있어야 일을 시작할 수가 있다.

 지난 12월부터 한번 해보고자 마음을 먹었고 급한대로 나름 기초 체력을 올리고자 운동을 시작했다. 틈틈히 팔굽혀펴기와 스쿼트를 했고 등산하러 갈때면 곳곳에 있는 운동기구로 짬짬히 운동을 했다. 그렇다해도 고작 한달 정도의 기간에 저질체력이 개선될리가 없다. 다만 현장에 나갔을때 맞게될 임팩트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1월 2일에 인력 사무소에 등록을 했고 원래 오늘부터 일을 했어야 했는데 불행하게도 무릎 부상이 있어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내일 4일 새벽에 나갈탠데 나간다고 해도 일을 받으리란 보장은 없다. 원래 이 바닥은 경력자 위주로 일을 먼저 보내기 때문에 초보자는 일을 못할수도 있다고 한다. 더군다가 겨울에는 일감이 더 없다고 한다. 아무튼 이제 몇시간 안 남았는데 일을 받으면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부디 죽거나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하루에 두명 사망자가 나오는 확률이라는건 로또 1등 당첨 확률에 약 두배 정도 되는 확률과도 같다는 말이 된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죽을 수 있다지만 일을 하는데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어야 하다니... 그렇다고 위험수당을 따로 더 받는 것도 아니고... 참 정말 헬조선스럽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