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2일 금요일

노가다: 첫날(2) - 오전, 오후

2018-01-11 목요일
 동료분은 미리 가져온 작업복으로 환복을 하시고 나는 그냥 그 상태로 현장에 비치된 안전모를 착용하고 일을 시작했다. 작업 내용은 아시바 사이에 떨어진 콘크리트 잔해를 청소하는 일이었다. 써놓고보니 잔해 청소라고 해서 별거 아닌것 같지만 실제로는 콘크리트 잔해이므로 거의 돌덩이고 어떤것은 철근이 함께 붙어있기도 했다. 절반 정도는 삽으로 뜰 수 있을만큼 잘게 부숴진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사람 머리통 서너개 합친 정도 크기의 돌덩이도 있었다. 들어보니 큰것은 한 20~30키로 되는것 같다. 아니면 가벼운 것도 계속 들고있다보면 무거워지는 것처럼 힘이 빠져서 무겁게 느껴졌던 것일수도 있다.



아시바 - 이미지 출처 링크
이렇게 건물에 작업용으로 설치한 것을 아시바라고 한다. 참고 링크


 그 후에는 계속 삽질 아니면 돌 나르기의 연속이었다. 으쌰으쌰 힘내서 한참 작업하다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것 같았다. '한 11시쯤 됐겠지?' 생각하고 시간을 확인하니 고작 9시 반이다. '이런 썩을' 정말 시간이 더럽게 안간다. '아인슈타인 개새끼... 왜 이렇게 시간은 상대적인거야?'라는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계속 삽질을 했다. 그런데 이 삽질도 잔해의 크기가 크다보니 삽이 잘 안들어간다. 절반 정도는 직접 손으로 옮겨야 했다.



콘크리트 잔해 - 이미지 출처 링크


 11시쯤 되니 온몸이 아프다. 아직 점심 먹으려면 한시간이나 남았다. 힘든것도 힘든거고, 아픈것도 아픈거지만, 분진 때문에 정말 미칠것 같았다. 입에서 돌가루 먼지 맛이 난다. 기초 교육 받으면서 분진이 발생하는 현장에선 마스크를 지급해준다고 들은것 같은데 왜 안주는건지. 다음부턴 마스크를 꼭 구비해서 다녀야겠다.



비산 먼지 - 이미지 출처 링크
먼지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난다.


 내가 많이 힘들어하니 동료분이 '이 정도면 쉬운 일'이라고 한다. 그냥 웃고 말았다. 아무튼 버티다보니 결국 시간은 간다. 생각보다 이른 40분에 작업 반장이 밥 먹으러 가자고 했다. 이상하게 배가 고파야하는데 배가 안고팠다. 온몸이 아프니까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특히나 목 근육에 이은 팔 근육쪽이 아프니 숟가락 드는것도 힘이 든다. 어쨌든 먹어야 힘내서 일하니까 꾸역꾸역 이 악물고 먹었다.





 그리고 어디 들아가서 좀 쉬웠으면 좋겠는데 여긴 그런게 없다. 동료분께 물어보니 여기만 그런게 아니고 대부분 이렇다고 한다. 안에 들어가서 쉬어도 된다길래 들어가보니 오늘은 너무 추워서 건물 안쪽도 춥긴 마찬가지다. 차라리 바깥에 햇볕 드는 곳에 있는게 훨 낫다 싶었다. 그래서 그 추운날에 밖에서 휴식같지도 않은 휴식을 잠깐 하고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점심 이후의 작업은 그 전보다 세배는 더 힘들었던것 같다. 오전에 했던 구역은 그래도 사방이 트여서 동선에 방해될게 없었는데 점심부터 시작한 곳은 좁은 데다가 잔해에 철근들이 뒤엉켜 있었다. 수레를 가까이 댈수가 없으니 동선도 늘어나고 정말 죽을맛이었다. 게다가 이미 없는 체력이 바닥을 치다못해 내핵까지 뚫을 기세. 근데 이날 정말 춥긴 추웠던게 얼굴은 땀범벅인데 손끝은 어찌나 시린지 중간중간 장갑을 벗어서 불어가며 일했다.





 헥헥거리고 먼지 마셔가면서 꾸역꾸역 작업을 진행해 가고 있던 무렵 이때가 대략 15시쯤 되었던것 같다. 작업 반장이 오더니 비효율적으로 일한다며 아시바의 반대쪽을 막고 있던 칸막이를 떼어버렸다. 그쪽으로 수레를 대고 잔해를 빼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우리라고 안했을까? 다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그 반대쪽이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매장쪽이었고 칸막이를 떼어버리면 먼지 때문에 민원이 발생할 것이므로 동선이 낭비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그렇게 작업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매장 사람이 나와서 난리를 쳤다. 일을 못하게 해서 작업은 중지됐고 작업 반장을 호출하니 작업 반장이 그 사람하고 싸운다. 아니 그냥 칸막이 하고 다시 작업하면 되는거 아닌가. 왜 일을 크게 벌려서 일도 못하고 상황만 나쁘게 만들지? 어이없게 그 꼬라지를 보고 있다가 상황이 진정되니 작업 반장이 구역을 옮겨서 작업하라고 한다.

 옮겨간 구역에서는 건물 외벽에서 작업할 공간만 나오게 잔해를 한쪽으로 치우라는 거였는데 이때쯤엔 내가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이기도 했고 작업반장 뻘짓하는거 보고 얼이 빠진 상태이기도 해서 내가 뭘 했는지 잘 기억도 안난다. 아무튼 이렇게 일 하다가 시간이 되어서 일을 마쳤다. 그래도 딱 한가지 좋은것은 시간이 되면 야근같은거 없이 바로 퇴근이라는 점이다.

 먼지 뒤집어쓰고 머리는 떡진채로 다리를 절뚝거리고 있으려니 신세가 참 처량하다. 역시 슬개골이 완벽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일을 하니 증상이 더욱 악화된것 같다. 걸어서 집에 갈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동료분이 환복을하고 함께 작업반장에게 사인지에 사진을 받으려고 갔다. 그런데 이 양아치같은 새끼가 그냥 가란다. 그냥 가라니? 하루종일 개고생을 했는데 사인을 안해주면 난 뭐가되나.

 "그냥 가라고요?"

 "아 얘기 해놨으니 그냥 가면 된다고"

 동료분과 마주보며 어이없어 하다가 인력소에 전화를 하니 그런일 없다며 그쪽에서 직접 작업반장하고 통화해본다고 했다. 멀리서 듣고 있으려니 잘 들리지는 않지만 저 새끼가 개새끼라는건 사실 하나만은 확실히 알것 같았다. 인력소에서는 그냥 오라고 하길래 알았다고 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마지막에 사인만 받았어도 그 양반 스타일이 어떻던간에 기분좋게 퇴근할 수 있었을탠데 덕분에 진짜 기분 완전 잡쳤다. 동료분께 물어보니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참 나... 헬조선 아니랄까봐 진짜 어딜가나 지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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