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7일 토요일

노가다: 3일차

 2018-01-25 목요일
 요즘은 불면증 때문에 큰일이다. 좀처럼 잠이 안온다. 선잠 자다가 시간이 되서 집을 나섰다. 좀 밍기적거리다 보니 살짝 늦은 감이 있었는데 그때가 5시 15분쯤이었던것 같다. 하지만 날이 추워서 그런가 그래도 1등으로 도착했다. 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왔네"라고 소장님이 말씀 하신거 같았다.

 "안녕하세요"

 "어제 거기서 나오라고 했다면서요"

 "네 퇴근할때 내일도 나오라고 하셨었죠"

 "거기로 가면 되요"



너무 추웡


 '어제는 지하철로 이동했으니 오늘은 버스 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시 대기하다가 45분에 맞춰 사무소를 나섰다. 전날에 경로는 인터넷으로 검색해본터라 내릴 정류장만 놓치지 않으면 늦을 일은 없을것 같았다. 아침이라 차가 안 막혀서 그런것인지 금방 도착했다. 걸어서 현장까지 도착한 시간을 다 합쳐도 25분만에 도착한것 같다.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를 하나 산 후 테이블에 앉아서 '좀 일찍와서 대기하고 있다'고 작업소장님께 문자를 보내니 '어제 밥 먹었던 식당'으로 가라고 하신다.

 식당에 도착해보니 이미 인부들 네명 정도가 있었다. 다른 현장 사람들일수도 있으니 난 다른 테이블에 앉았는데 식당 주인 아줌마가 같은 테이블에 앉으라고 했다. 그래서 일단 합석했다. 기억나는 얼굴이 있나 살펴보는데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조금 기다리니 밥이 나오고 사람들도 더 들어와서 식당이 꽉 찼다.

 밥을 먹고 있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나를 가리키며 '저 사람은 누구냐'고 하는것 같았다. 사람들 시선이 다들 나한테 쏠렸다. "저 어제도 여기서 일 했었는데요"라고 대답했는데 왠지 내가 무전취식이라도 하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저 사람은 소장님 직영'이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밥값 계산을 하기 위해 인원 카운트를 하던 도중 내가 껴있으니 그런 일이 생긴것 같았다. '직영'이란 말의 의미는 작업소장님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인부라는 뜻인것 같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밥을 먹고 나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현장으로 이동했다. 잠깐 몸을 불에 녹인 후에 '나는 이제 뭘 해야 하나, 어제 소장님은 왜 안 보이나'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전화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꺼내보니 이미 부재중 전화가 3통이나 와 있었다. 그래서 급히 전화를 걸었다.

 "아니 전화도 안 받고 어디서 뭐하고 있어?!"

 "아 저 @@동 현장에 있습니다."

 "아 거기는 왜 가 있어!?"

 "다른 분들 가시길래 따라 왔습니다."

 "내가 식당에 있으라고 했잖여!"

 "아... 그랬나요. 그럼 다시 식당으로 가겠습니다."

 "아니 됐어 내가 차 타고 갈태니까 앞에 있어!"

 난 '식당에 가라고 한게 밥 먹으러 가라는 뜻인줄 알았지... 밥 먹은 후에 거기서 대기하고 있으라는 말 까지는 들은 기억이 없는데 내가 잘못한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밖을 서성거리며 약 5분쯤 기다리고 있으니 차가 왔다.

 "전화는 왜 안받어?"

 "벨소리가 작은지 못 들었습니다"

 "아 시간이 몇신데... 아무튼 빨리 타"

 그래서 일단 차에 탄 후 벨소리를 최대로 올리고 동시에 진동도 울리게 설정을 바꿔놨다. 평소에는 벨소리도 작게하고 진동도 안 울리게 해놓는 편이다. 약 3분 후에 어제의 그 마감 현장으로 도착했다.

 그런데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뭔가 좀 부산하다. 소장님도 뭔가 정신이 없으신지 어제처럼 뭔가 딱 지시사항을 정해주는게 아니라 이거했다가 저거했다가... 나도 주변에서 뭔가 하긴 했는데 내가 정확히 뭘 했는지 모르겠다. 일단 잡다한 것들 들어서 옮기거나 치우면서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러다가 중간에 미장 하시는 분이 시멘트도 옮기고 물도 받아오라고 해서 그분을 좀 거들었다. 시멘트 포대는 너무 무겁다.

 그리고 한 9시쯤이었나 소장님이 빗자루를 하나 사 오셔 가지고는 이걸로 먼지와 쓰레기들을 싹 걷어내고 기타 잡동사니를을 모두 1층으로 내려 놓으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이제 본격적으로 장판이나 타일들을 까는 작업이 이루어지려고 하는것 같았다. 그러면서 시범으로 먼지를 중간으로 모으셨는데 먼지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발생했다. 완전 깨끗하게 할 필요는 없고 다음 작업할 수 있게끔만 하면 된다고 하신 후 자리를 이동 하셨다. 내가 이런 일이 있을줄 알고 1급 방진 마스크를 사놨지.

 각종 쓰레기와 뭣에 쓰는건지 알수없는 잡동사니와 자재들을 일단 방들에서 빼낸 후 쓰레기와 먼지들을 쓸어 나갔다. 하지만 1급 방진 마스크도 모든 먼지를 막아주지는 못하는것 같다. 조금씩 흙먼지맛이 났다. 먼지라고 해서 그냥 일반 가정에서의 먼지가 아니라 이게 다 돌이나 콘크리트등의 흙먼지다. 안개처럼 먼지가 발생하는데 코와 입은 그렇다치고 눈은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청소 후 모습
창문은 옮기는게 아니라서 내비뒀고 옆의 작은 통은 완강기라고 하는 것이다.


 일하다보니 소장님께 전화가 왔다. 어느세 점심이다. 오늘은 쓰레기들 마대 자루에 넣어서 버리고 자재 옮기면서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무릎이 많이 아프다. 잠을 못잔탓도 있어서 더 힘든것 같았다. 원래 식사중에 반주 하는건 너무 아재스러운것 같아서 안하려고 했는데 술기운이라도 빌려서 일해보려고 두잔을 마셨다.

 "오늘처럼 추운날에는 좀 마셔야 돼"라고 소장님이 말씀 하셨다. 이 날은 김치찌개가 나왔다. 어째선지 밥이 되게 맛있었던것 같다. 먹고 있는데 소장님께 전화가 와서 그 통화내용을 듣고 있으니 차를 빼달라는 내용인것 같다. 그래서 소장님이 내게 천천히 먹고 나오라고 하셨는데 그냥 나도 같이 급하게 먹고 자리를 떴다.



알콜 연료. 신기해서 찍어 봤다.
말통 뒤로 미장을 해 놓은 모습이 보인다. 불을 쬐서 빨리 마르게 하려고 이렇게 한듯 싶다.


 잠시 불에 몸을 녹이고 있으니 1층 상가쪽에 있는걸 전부 비우고 치워놓으라고 하셨다. 보니까 별의별게 다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시멘트나 타일들이 있어서 힘들었다. 다 무거운 것들이다. 그러고보니 40kg을 들다가 20kg을 들면 그건 무거운것도 아니다. 그냥 시멘트 포대는 40kg이고 백시멘트는 20kg인데 이게 이렇게 가벼웠나? 참나... 세상은 정말 상대적이구나.

 몸 상태가 별로라서 빨리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래서 그냥 꾸역꾸역 꾸준히 해나갔다. 하다보면 언젠가는 끝난다. 그걸 끝내놓고 오전에 하던 청소와 정리 작업을 이어 나갔다. 건물 전체를 다 해야하는거니까 작업 내용이 별 대단한게 없더라도 금방 끝나진 않는다. 아무튼 청소도 끝내 놓으니 다음에는 대걸레로 복도와 계단, 벽 등을 닦아 놓으라고 하셨다.

 6층부터 시작해서 콘크리트 바닥을 제외하고 대리석 타일이 시공 된 곳만 닦아 나갔다. 돌가루가 있던 곳이라 한번에 깨끗이 닦이진 않았다. 조금만 걸레질을 해도 금새 구정물이 된다. 2층씩 마다 물걸레를 빨아가며 청소를 했고 다 끝낸 후에 다시 위로 올라가서 한번 더 닦았다. 이제서야 좀 대리석처럼 보인다. 그런데 날이 춥다보니 닦아놓은 바닥이 얼어버렸다. 미끄러워서 사고 안날까 모르겠다.

 몸 상태가, 특히 오른쪽 무릎이 너무 아파서 하루종일 힘들었다. 무릎만 안 아파도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것 같다. 어제 시간을 좀 오버해서 일한 것도 있으니 오늘은 내가 먼저 시간에 맞춰 소장님께 갔다. 사인지에 사인을 받고 환복을 한 후 건물을 나왔다. 어제 물티슈를 가방에 넣었다가 얼어버렸었기 때문에 오늘은 뒷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물티슈로 대충 옷을 닦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너무 더러우면 민폐가 될것 같아서 좀 번거로워도 좀 정리를 해야한다.

 무릎이 아파서 빨리 걸을 수도 없고 버스를 탔더니 차가 막힌 탓도 있어서 좀 늦었다. 18시가 가까워지니 사무소에서 칼같이 전화가 온다. 마침 바로 사무소 건물 밑이었기 때문에 다 왔다고 말하고 올라갔다.

 "내일 나오라는 말 없었어요?"

 "네 오늘은 별 말씀 없으시던데요?"

 이렇게 세번째 노가다가 끝이났다. 마찬가지로 소개비 제외하고 114,000원을 받았다. 전에는 일 끝나면 뭐 먹을까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그다지 식욕이 없다. 일단 욕조에 뜨거운 물 받아서 몸 부터 녹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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